
태국 음식점에서 푸팟퐁커리를 처음 먹었을 때 한국 카레와 완전히 다른 맛에 놀랐다. 크리미하고 달달하면서 짭짤한 맛이 한국식 카레와는 완전히 다른 이국적인 맛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한 때 한국에서 태국인이 운영하는 태국음식점에 갈 때면 푸팟퐁커리를 꼭 사먹곤 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하는 태국음식점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여서 태국 음식을 파는 곳에 갈 때, 꼭 리뷰를 한 번씩 보고갔었다. 그러다가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어서 레시피를 엄청 많이 찾아봤었는데 푸팟퐁커리에 들어갈 연갑 게가 꽤 비싸서 당황했었다. 실패할 수도 있는데 연갑 게를 비싸게 사기에 너무 부담이여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크래미나 맛살로도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서 나는 크래미를 넣어서 만들었다. 오늘 내가 쓰는 레시피는 최대한 집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적고자 한다.
- 이 글에서 해결되는 것: 연갑 게 대신 크래미를 쓰는 방법과 전분 코팅 이유
- 코코넛 밀크 없이 우유 200ml에 카레 가루로 소스 만드는 법
- 카레 가루를 처음에 적게 넣고 나중에 조절해야 하는 이유
재료 (1~2인분 기준)
게살 대체: 크래미 또는 맛살, 전분·튀김 가루·부침 가루 중 1큰술
카레 소스: 흰 우유 200ml, 카레 가루 1작은술(처음 기준, 맛 보면서 조절), 설탕 1큰술, 멸치 액젓 1/2큰술, 계란 1개
볶음 재료: 다진 마늘 1큰술, 청양고추 1개(잘게 썰기), 양파 한 줌(채 썰기), 식용유 3~4큰술
마무리: 파슬리(선택), 밥
카레 가루는 찍어 먹어보면 굉장히 짜다. 처음부터 많이 넣으면 전체 소스가 짜져서 수정이 어렵다. 1작은술로 시작해서 나중에 맛을 보면서 소량씩 추가하는 방식이 맞다. 멸치 액젓은 피시 소스 대신 쓰는 재료인데, 소량만 넣어도 감칠맛이 확 달라진다.
크래미로 게살을 대체하는 방법
연갑 게는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높다. 크래미나 맛살로 대체해도 게살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충분히 난다. 비닐에서 꺼낸 크래미를 손으로 한 번 으깨서 결을 살짝 풀어준다. 완전히 부수지 않고 덩어리가 조금 남아있는 상태가 좋다. 나중에 볶을 때 식감이 살아있다.
으깬 크래미에 전분이나 튀김 가루를 1큰술 뿌리고 가볍게 섞는다. 가루를 묻히면 팬에서 볶을 때 겉면이 바삭하게 튀겨진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식감이 이 요리에서 크래미가 단순한 대체재 이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팬에 식용유를 3~4큰술 넣고 충분히 달군다. 가루를 묻힌 크래미를 넣고 앞뒤로 노릇한 갈색이 날 때까지 튀기듯 볶는다. 갈색빛이 나면 팬 옆에 잠시 빼둔다. 이 크래미는 나중에 소스가 완성된 다음 마지막에 넣는다. 처음부터 소스와 함께 끓이면 바삭한 겉면이 사라진다.
카레 가루가 짜다는 걸 모르면 실패한다
두 번째 실패가 여기서 나왔다. 카레 가루를 넉넉하게 넣으면 더 진한 맛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짜서 밥을 아무리 넣어도 간이 잡히지 않는 소스였다. 카레 가루는 마트에서 파는 일반 제품이라도 소금 함량이 높다. 찍어 먹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소스는 우유 200ml에 카레 가루 1작은술로 시작한다. 코코넛 밀크 대신 흰 우유를 쓰기 때문에 달달함이 부족하다. 설탕 1큰술을 넣어 달달함을 보완한다. 멸치 액젓 1/2큰술을 넣으면 피시 소스와 비슷한 감칠맛이 난다. 계란 하나를 풀어서 넣으면 소스가 나중에 꾸덕꾸덕하게 되면서 밥과 잘 어우러진다. 이 재료들을 볼에 미리 섞어서 소스를 만들어두면 볶을 때 편하다.
소스를 팬에 넣고 끓이다가 살짝 꾸덕해지면 맛을 본다. 이 시점에서 카레 가루를 소량씩 추가하면서 입맛에 맞게 조절한다.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고 여기서 조절하는 것이 실패를 막는 방법이다.
볶는 순서와 소스 만드는 과정
크래미를 튀긴 팬에 기름이 남아있다. 이 기름이 매우 뜨겁기 때문에 식용유를 조금 더 추가해서 온도를 살짝 낮춘다. 다진 마늘 1큰술, 잘게 썬 청양고추 1개를 넣는다. 마늘이 타지 않을 정도까지만 볶다가 채 썬 양파 한 줌을 넣는다. 양파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불을 약불로 내린다.
약불에서 미리 섞어둔 카레 소스를 붓는다. 몽글몽글 저으면서 끓인다. 살짝 꾸덕해지는 느낌이 나면 맛을 보고 카레 가루를 소량씩 추가한다. 간과 달달한 맛이 맞으면 불을 완전히 끈다. 불을 끈 상태에서 미리 튀겨놓은 크래미를 넣고 소스와 잘 섞는다. 불을 끄고 넣어야 크래미의 바삭한 겉면이 유지된다.
밥 위에 소스를 붓고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한다.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면 색감이 살아난다.
전체 실행 순서
- 크래미를 손으로 으깨서 결을 살짝 풀어준다. 전분이나 튀김 가루 1큰술을 뿌려 가볍게 섞는다.
- 우유 200ml, 카레 가루 1작은술, 설탕 1큰술, 멸치 액젓 1/2큰술, 계란 1개를 볼에 풀어서 소스를 만들어둔다.
- 팬에 식용유 3~4큰술을 넣고 달군다. 크래미를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튀기듯 볶아 꺼내둔다.
- 같은 팬에 식용유를 조금 더 넣어 온도를 낮추고 다진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 볶는다. 채 썬 양파를 넣고 숨이 죽으면 약불로 낮춘다.
- 카레 소스를 붓고 저으면서 끓인다. 살짝 꾸덕해지면 맛을 보고 카레 가루를 소량씩 추가해 간을 맞춘다.
- 불을 끄고 튀겨둔 크래미를 넣어 소스와 섞는다. 밥 위에 붓고 파슬리를 뿌려 완성한다.
조리 과정 참고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했다.
마무리
카레 가루만 넣었다가 한국 카레 맛이 나서 실망한 것, 카레 가루를 많이 넣었다가 짜서 먹기 힘들었던 것. 두 번의 실패가 이 요리에서 지켜야 할 두 가지를 알려줬다. 소스에 설탕과 멸치 액젓을 함께 넣는 것, 카레 가루는 처음에 적게 시작해서 나중에 조절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한국 카레와 다른 방향으로 맛을 잡는 핵심이다.
크래미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다. 전분을 묻혀 튀기면 겉이 바삭하게 되면서 소스와 함께 먹을 때 식감 차이가 생긴다. 소스가 완성된 다음 불을 끄고 넣어야 이 바삭함이 살아있다. 일찍 넣으면 금방 물러진다.
코코넛 밀크 없이 흰 우유에 설탕을 더하는 방식은 완벽한 대체는 아니지만 비슷한 방향을 낸다. 멸치 액젓 반 큰술이 들어가면 소스 전체의 감칠맛이 달라진다. 한국 카레가 지겨울 때 크래미 한 봉지와 멸치 액젓만 있으면 집에서도 충분히 다른 맛의 카레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