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던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요리를 잘 하는 친구였는데 자기가 한 요리를 블로그에 올려서 기록하는걸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만들어 준 음식이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감자 치즈 그라탕이 정말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마냥 너무 맛있었다. 그때 친구가 사실은 제일 쉬운 음식이라며 감자 치즈 그라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줬었는데 맛과 비주얼이랑은 다르게 생각보다 정말 쉬워서 또 한번 놀랐었다. 그 이후에 감자 그라탕을 먹을 일이 없어서 레시피를 묻어둔 채로 지내다가 작년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같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했었다. 그때 음식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만들었는데 외숙모가 너무 맛있다면서 거의 그것만 드셨었다. 오늘 친구랑 놀러갔다가 그라탕을 먹게 되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 오늘은 감자 그라탕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 이 글에서 해결되는 것: 감자를 오븐 전에 팬에서 먼저 볶아야 하는 이유
- 우유 240ml 기준 치즈 가루로 농도 조절하는 방법
- 200°C에서 10~15분 굽는 기준과 노릇한 색 확인법
재료 (2인분 기준)
주재료: 감자 2~3개(껍질 제거 후 슬라이스), 양파 1/2개(채 썰기)
소스: 우유 240ml(고소함을 원하면 우유와 생크림 반반), 소금, 후추, 치즈 가루(파르메산 또는 그라나 파다노) 적당량
치즈 토핑: 모차렐라 치즈 넉넉히, 파르메산 치즈(블록 치즈를 갈아 쓰면 풍미가 더 좋음)
마무리: 드라이 파슬리 적당량
감자는 썰어서 바로 쓸 경우 물에 담그지 않아도 된다. 미리 썰어두거나 시간이 걸린다면 물에 담가 갈변을 막는다. 치즈는 블록을 직접 갈아 쓰면 시판 가루 치즈보다 풍미가 확실히 다르다. 모차렐라와 파르메산을 함께 쓰면 늘어나는 식감과 짭짤한 깊이를 동시에 낼 수 있다.
감자를 팬에서 먼저 볶아야 하는 이유
처음 실패는 생감자를 그대로 오븐에 넣은 것이었다. 200°C에서 15분을 구워도 치즈만 익고 감자 속은 딱딱한 채로 나왔다. 감자는 오븐 열만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속까지 익히기 어렵다. 두 번째 실패는 감자를 완전히 삶아서 넣은 것이었다. 너무 물러져서 층이 없어지고 식감이 사라졌다.
방법은 팬에서 반쯤 익히는 것이다. 기름을 두른 팬에 채 썬 양파를 먼저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슬라이스한 감자를 넣고 함께 슥슥 볶는다. 감자 겉면이 살짝 익고 반투명해지는 상태가 되면 충분하다. 이 상태로 오븐에 넣으면 짧은 시간 안에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
양파를 먼저 볶는 이유도 있다. 양파가 익으면서 단맛이 나오고, 그 기름에 감자를 볶으면 감자에 양파 향이 배어들어 맛이 더 깊어진다. 양파를 건너뛰고 감자만 볶으면 맛이 단조롭다.
우유 농도 조절과 소스 만드는 방법
우유 240ml를 기본으로 한다. 더 고소한 맛을 원하면 우유와 생크림을 절반씩 섞어 쓴다. 우유만 쓰면 가볍고 담백하게, 생크림을 절반 넣으면 진하고 묵직한 맛이 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우유에 소금, 후추, 치즈 가루를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치즈 가루는 소스에 풍미를 더하면서 동시에 걸쭉함을 만들어준다. 처음부터 많이 넣지 말고 조금씩 넣으면서 맛을 보는 게 좋다. 치즈 가루에 소금기가 있기 때문에 소금은 치즈 가루를 넣은 다음 간을 확인하고 조절한다.
처음 만들 때 소스를 별도로 끓이려다가 너무 걸쭉하게 만들었다. 그라탕 소스는 따로 끓일 필요 없이 볶은 감자 위에 바로 부어도 된다. 오븐에서 가열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스가 스며들고 농도가 잡힌다.
층 쌓는 방법과 치즈 올리기
내열 용기나 그라탕 접시에 볶은 감자를 먼저 깔아준다.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다. 다시 감자를 올리고 그 위에 모차렐라를 듬뿍 올린다. 마지막에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서 올린다. 층을 두 번 쌓으면 먹을 때 아래쪽 치즈층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치즈는 아낌없이 올리는 게 맞다. 처음에 치즈를 조금만 올렸다가 나중에 추가하려 했는데, 오븐에서 치즈가 이미 굳어버린 뒤에는 추가해봤자 겉에만 붙는다. 처음부터 넉넉하게 올리는 것이 맞다.
볶은 감자를 용기에 담은 뒤 우유 소스를 감자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치즈를 올리고 바로 오븐에 넣는다.
굽는 온도와 완성 확인 방법
오븐을 200°C로 예열한다. 예열이 됐을 때 그라탕을 넣고 10~15분 굽는다. 오븐마다 화력이 다르기 때문에 10분 후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치즈 위가 노릇하게 갈색 빛이 돌기 시작하면 완성이다. 더 오래 두면 치즈가 타서 쓴맛이 난다.
꺼낸 뒤 드라이 파슬리를 솔솔 뿌리면 색감이 살아난다. 바로 먹어야 치즈가 늘어나는 상태로 즐길 수 있다. 식으면 치즈가 굳으면서 식감이 달라진다.
전체 실행 순서
-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슬라이스한다. 미리 썰어둔다면 물에 담가 갈변을 막는다. 양파는 채 썬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먼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감자를 넣고 겉면이 살짝 익을 때까지 함께 볶는다.
- 우유 240ml에 소금, 후추, 치즈 가루를 넣어 간을 맞추고 소스를 준비한다.
- 내열 용기에 볶은 감자를 깔고 모차렐라를 올린다. 감자를 한 층 더 올리고 모차렐라를 듬뿍 올린다. 파르메산을 갈아서 마지막에 올린다.
- 우유 소스를 감자 위에 붓는다.
- 200°C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 굽는다. 치즈 위가 노릇하게 갈색이 되면 꺼낸다. 드라이 파슬리를 솔솔 뿌려 마무리한다.
조리 과정 참고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했다.
마무리
친구의 레시피에서 조금 더 변형하고, 더 퀄리티있게 만들려고 여러 방법을 써보니 확실히 생감자를 바로 오븐에 넣는 것보다 반쯤 볶아서 요리하는 방식이 짧은 시간 안에 속까지 고르게 익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느끼한걸 싫어해서 크림 없이 우유만 썼는데 치즈 가루를 더 넣으니 충분히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물론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우유와 생크림을 반반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치즈는 블록을 직접 갈아 쓸수록 풍미 차이가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처음엔 번거롭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비교해보면 가루 치즈와 직접 간 치즈의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나는 여기에 모짜렐라 치즈도 넣어서 먹었는데 모짜렐라 치즈를 넣으면 먹을 때 쭉쭉 늘어나서 더욱 맛있었다. 혼자 자취를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만들어 먹기에 좋다. 나는 자취를 하면서 식재료를 사면 항상 남아서 몇 번은 버렸었는데 그게 너무 아까워서 재료를 소진하려고 그라탕을 몇 번 만들어 먹었었는데 먹을 때마다 항상 맛있게 먹어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다들 맛있는 식사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