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파리바게트에서 연유 브레드를 먹고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나는 부드러운 빵을 좋아했는데 적당히 단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너무 내 취향이여서 거의 3달 정도는 파리바게트에 연유 브레드를 사러 갔었다. 나 말고 엄마도 연유 브레드를 엄청 좋아하셔서 한 번은 개인 빵집에 갔는데 갓 나온 연유 브레드가 있어서 고민도 안하고 그걸 샀었다. 그리고 다음 일정 때문에 가게를 나와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일을 보고 먹었었는데 진짜 말도 안되게 맛있어서 둘다 하나를 더 샀어야 한다며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연유 브레드는 내 인생 빵 중에 하나인데 집 근처 빵집들은 연유 브레드가 항상 품절이거나 잘 팔지 않아서 결국 내가 베이킹을 하게 되었다. 연유 브레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반죽기가 없으니까 그냥 손으로 대충 치댔었다. 결과는 대차게 망했다. 뻣뻣하고 빽빽한 빵이되버려서 부드러움이 없었다. 생긴거랑 다르게 꽤나 까다로워서 사실 베이킹 자체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사실 난 기다리는걸 잘 못해서 먹고싶은건 당장 만들어 먹어야지 저녁에 먹는다거나 그런건 별로였기에 베이킹이랑 맞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만들어보고 싶어서 결국 여러번의 실패 이후 하나의 레시피에 정착했다. 오늘은 그 레시피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 이 글에서 해결되는 것: 반죽기 없이 폴딩으로 글루텐 발달시키는 방법
- 오븐을 이용한 1차·2차 발효 온도 유지 방법
- 굽고 나서 뜨거울 때 연유 크림을 발라야 하는 이유
재료 (14.5×7×5cm 파운드 틀 기준, 5개 분량)
반죽: 강력분 적당량(덧가루 포함), 달걀 전란 52g(잘 풀어서 계량), 미지근한 우유 적당량, 설탕, 소금,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실온 무염버터
연유 크림: 실온 버터, 설탕, 실온 연유
에그 워시: 전란 12g, 우유 적당량(체에 걸러 불순물 제거 후 사용)
달걀은 잘 풀어서 52g을 계량한다. 무게를 재지 않고 달걀 한 개를 그대로 쓰면 양이 맞지 않는다. 버터는 반죽용과 크림용 모두 실온 상태여야 한다. 냉장 버터를 바로 쓰면 반죽에 잘 섞이지 않고 크림도 제대로 휘핑되지 않는다.
폴딩 방식으로 반죽하는 과정
볼에 미지근한 우유, 달걀 52g을 넣고 거품기로 섞는다. 설탕, 소금,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를 넣고 다시 섞는다. 강력분을 넣고 주걱으로 돌려가며 섞은 다음, 실온 버터를 넣고 버터가 반죽에 완전히 흡수될 때까지 손으로 주물러 섞는다. 버터가 다 섞이면 주걱으로 볼을 정리하고 젖은 행주를 덮어 실온에서 40분간 휴지시킨다. 더운 날씨에는 30분으로 줄인다.
처음 만들 때 이 단계에서 버터가 겉도는 느낌이 있어도 계속 주무르면 결국 흡수된다. 억지로 빨리 섞으려고 세게 반죽하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 천천히 주무르는 게 맞다.
1차 폴딩은 반죽을 들어 올려 반으로 접는 동작을 7번 반복한다. 이 단계에서 반죽이 손에 달라붙는다. 라텍스 장갑을 끼거나 손에 덧가루를 살짝 묻히면 수월하다. 덧가루는 최소한만 쓴다. 많이 쓰면 반죽 농도가 달라진다. 7번 접고 나면 처음보다 확실히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진다. 다시 면포를 덮어 실온에서 40분 더 휴지시킨다.
2차 폴딩은 반죽을 손으로 눌러 가스를 뺀 다음 1차와 같은 방식으로 4번 접는다. 이때 반죽이 더 쫀득하고 부드러워졌다면 폴딩이 제대로 된 것이다. 두 번째 실패에서 2차 폴딩을 2번만 했는데 반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발효 후 빵이 옆으로 퍼졌다. 횟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오븐을 활용한 발효 방법
집에서 발효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겨울에는 실온이 너무 낮아서 발효가 잘 안 되고, 여름에는 너무 빨리 진행된다. 오븐을 이용하면 온도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븐을 150°C로 맞추고 5초만 예열한 다음 끄는다. 이렇게 하면 오븐 내부가 발효에 적당한 온도로 살짝 따뜻해진다. 따뜻한 물이 담긴 볼과 반죽 볼을 함께 오븐 안에 넣는다. 중간에 물이 식으면 다시 따뜻한 물로 교체한다. 발효가 끝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손가락으로 반죽을 살짝 찔러보는 것이다. 지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발효가 완료된 것이다. 자국이 바로 돌아오면 발효가 부족한 것이고, 꺼지듯이 주저앉으면 과발효된 것이다.
2차 발효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2차 발효가 끝났을 때는 위에서 봤을 때 틀에 공간이 남아있어도, 옆에서 봤을 때 부푼 부분이 틀 높이까지 올라와 있으면 된다.
연유 크림 만들기와 성형 방법
실온 버터를 핸드 믹서 중간 속도로 40초간 휘핑한다. 주걱으로 볼을 정리하고 설탕을 넣어 중간 속도로 40초 더 휘핑한다. 실온 연유를 넣고 중속으로 1분간 휘핑한다. 휘퍼에 남은 크림은 긁어서 볼에 모아 손실을 줄인다. 짤주머니에 담아 성형 때까지 보관한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작업대에 올려 가볍게 가스를 뺀다. 저울로 재면서 121~122g씩 5개로 분할한다. 각각 가스를 빼고 둥글리기를 한 뒤 면포나 비닐로 덮어 15분 휴지시킨다.
휴지가 끝난 반죽에 덧가루를 살짝 뿌리고 살짝 길쭉한 타원형으로 먼저 민 다음, 위아래로 길게 밀어 가로 약 9cm, 세로 약 31cm 크기로 만든다. 짤주머니 끝을 살짝 잘라 반죽의 중간까지만 연유 크림을 짜고 스패출러로 고르게 편다. 크림을 바른 부분까지만 말아준다. 스크래퍼로 5등분으로 자른다.
잘라낸 반죽의 끝부분을 바닥에 붙이듯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고 안쪽으로 당기듯 팽팽하게 말아준다. 앞뒤로 굴려 이음새를 봉합한 뒤, 이음새가 바닥으로 향하게 해서 틀에 넣는다.
굽기와 마무리 크림 바르는 타이밍
2차 발효가 끝난 반죽 윗면에 에그 워시를 조심스럽게 바른다. 사이사이에 연유 크림을 살짝 더 짜준다. 180°C로 예열한 오븐에서 170°C로 낮춰 13~14분 굽는다.
처음엔 오븐에서 꺼낸 뒤 식히고 나서 크림을 발랐다. 그러자 크림이 빵 표면에 겉돌고 윤기가 없었다. 뜨거울 때 발라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갓 구워진 빵이 뜨거울 때 크림을 넉넉히 바르면 열기로 크림이 살짝 녹아들면서 빵 속으로 스며든다. 식어도 윤기가 유지되고, 바닥 부분에 스며든 연유 크림은 특히 진하고 촉촉하게 굳는다.
짤주머니에 남은 연유 크림은 전자레인지에 20~30초 데워 녹인 다음 잘 섞어서 바른다. 크림은 넉넉하게 많이 발라야 맛있다. 적게 바르면 식은 다음 빵이 건조해진다.
전체 실행 순서
- 달걀을 풀어 52g을 계량한다. 볼에 미지근한 우유, 달걀, 설탕, 소금, 이스트를 넣고 섞는다. 강력분을 넣고 주걱으로 섞은 뒤 실온 버터를 손으로 완전히 흡수시킨다. 젖은 행주를 덮어 실온에서 40분 휴지한다.
- 1차 폴딩: 반죽을 들어 올려 반으로 접는 동작 7번 반복. 면포 덮어 40분 휴지.
- 2차 폴딩: 가스를 뺀 뒤 같은 방식으로 4번 접기.
- 오븐을 150°C로 5초 예열 후 끈다. 따뜻한 물과 반죽 볼을 함께 넣어 1차 발효한다. 손가락으로 찔러 지문 자국이 남으면 완료.
- 발효 중에 연유 크림을 만들어 짤주머니에 담아둔다.
- 반죽을 121~122g씩 5개로 분할, 둥글리기 후 15분 휴지. 가로 9cm × 세로 31cm로 밀어 연유 크림을 중간까지 짜고 말아준다. 5등분 후 성형해 틀에 넣는다.
- 2차 발효 후 에그 워시를 바르고 연유 크림을 사이사이에 짠다. 170°C에서 13~14분 굽는다.
- 오븐에서 꺼내 뜨거울 때 녹인 연유 크림을 넉넉히 바른다.
조리 과정 참고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했다.
마무리
반죽기 없이 만드는 빵은 폴딩 횟수를 지키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 폴딩 7번, 2차 폴딩 4번. 각 사이에 40분씩 휴지. 이 숫자들이 지켜졌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 두 번의 실패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발효 온도는 오븐의 잔열을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다. 150°C로 5초만 예열하고 끄는 방법은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안에 따뜻한 물까지 함께 넣으면 온도가 꽤 잘 유지된다. 중간에 물이 식는지 한 번씩 확인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연유 크림은 굽고 나서 뜨거울 때 바르는 것이 핵심이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크림이 겉돌고 빵이 식으면서 건조해진다. 뜨거운 빵에 크림을 넉넉히 바르면 스며들면서 특히 바닥 부분이 진하게 굳는다.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이라면 크림을 생각보다 많이 바른다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권한다. 나는 단걸 좋아해서 연유를 바르는 편인데 너무 많이 바르면 그냥 연유에 찍어먹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단맛이 강하니 적당히 바르자. 너무 달게 먹으면 당뇨에 걸린다. 요즘 당뇨 환자가 늘고 있다던데 맛있는 음식을 오래 먹고싶으면 다들 건강을 꼭 챙기길 바란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