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한국 사람들이 꼭 먹어야 한다는 라멘집에 가서 돈코츠 라멘을 먹은 적 있다. 확실히 한국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게들은 염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일본에서 먹었던 다른 식당들 보다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일본 현지에서 먹었던 그 맛이 가끔 생각났다. 물론 일식에 대해서 지식은 전혀 없었기에 유튜브를 보다가 쇼츠에서 본 레시피로 도전을 해 본 적이 있다. (근데 본격적을 하면서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것임...) 처음 시도했을 때는 뼈를 그냥 한 번 끓이고 끝냈다. 뽀얀 국물은 나왔는데 생각보다 점도가 없었다. 숟가락으로 떠보면 그냥 묽은 우유 같았고, 일본 라멘집에서 먹었던 두껍고 진한 그 국물과는 전혀 달랐다. 두 번째엔 물을 적게 넣고 오래 끓였는데 이번엔 너무 일찍 졸아버려서 냄비 바닥을 꽤 태우고 육수 양은 한 그릇은 커녕 두 국자 정도 나와서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방법으로 두 번 연속 실패하고 나서야 돈코츠 육수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눠서 우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 글에서 만드는 방식은 같은 뼈로 육수를 3회 추출하는 방법이다. 뼈 4kg로 시작해서 총 7시간을 끓이고, 최종 육수 1.38리터를 얻는다. 효율이 극악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육수는 냉장 보관하면 젤리처럼 굳는다. 그 정도의 콜라겐이 있어야 그릇에 담았을 때 두껍고 진한 국물이 나온다. 차슈, 반숙 계란, 카에시까지 포함하면 이틀에 걸쳐 준비하는 요리다. 공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요리이기도 하다.
- 이 글에서 해결되는 것: 돼지 뼈 4kg로 3회 육수 추출하는 방법과 시간 구성
- 원형 차슈 만드는 방법과 4시간 조림 기준
- 육수와 카에시 10:1 혼합 비율
재료
돈코츠 육수: 돼지 사골 2kg, 돼지 등뼈 2kg, 물 5리터(시작 기준)
차슈: 삼겹살 덩어리 2kg, 간장 적당량, 미림 적당량, 청주 적당량, 황설탕 적당량, 대파, 양파, 마늘, 생강, 요리용 실
카에시(양념장): 간장, 청주, 미림, 소금, 마늘
반숙 계란: 계란 원하는 수량, 차슈 조림 국물(맛간장으로 활용)
고명: 라멘용 면, 대파(얇게 송송), 목이버섯(불려서 채 썰기), 멘마(죽순), 적초생강, 참깨
사골과 등뼈를 둘 다 파는 숍을 찾아서 한 번에 구매하면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 차슈용 삼겹살은 수입 냉동 제품도 무방하다. 진한 양념에 4시간을 조리기 때문에 등급보다 두께가 균일한 덩어리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핏물 제거부터 시작하는 이유
뼈를 바로 끓이면 처음부터 지저분한 거품이 대량으로 올라온다. 핏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끓이면 잡내가 육수 전체에 배어들 수 있다. 차가운 물에 뼈를 담그고 1시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면서 핏물을 뺀다. 1시간이 지나면 물이 빨갛게 변해있다. 핏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뼈를 꺼내서 절단면에 뼈 부스러기가 없는지 확인하고 잘 씻는다.
처음 끓일 때는 냄비 선택이 중요하다. 뼈 4kg를 담기에 가정용 냄비는 좁다. 곰솥이 있으면 처음부터 곰솥을 쓰는 게 낫다. 냄비에서 곰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끓는 국물을 다루는 게 번거롭고 위험하다.
뼈와 물만 넣고 시작한다. 다시마나 향신료 없이 뼈와 물로만 육수를 뽑는 것이 돈코츠 방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로 끓인다. 약불로 끓이면 뽀얀 색이 나오지 않는다. 강한 불로 끓여야 뼈 안의 콜라겐과 지방이 유화되면서 흰색 국물이 만들어진다.
육수를 3회 추출해야 하는 이유
첫 번째 실패는 한 번만 끓이고 끝낸 것이었다. 국물이 나오긴 했는데 점도가 없었다. 냉장 보관해도 굳지 않았고, 그냥 맑은 돼지 국물 수준이었다. 돈코츠 특유의 두꺼운 국물을 만들려면 1/3 이하로 졸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
방법은 같은 뼈로 세 번 반복하는 것이다. 1차 추출은 물 5리터를 넣고 센 불로 약 2시간 끓여 1/4 수준으로 졸인다. 체로 걸러보면 700ml 정도가 나온다. 2차 추출은 같은 뼈에 다시 물을 붓고 1시간 30분 끓여서 걸러내면 400ml가 나온다. 3차 추출은 1시간 끓여서 200ml가 나온다. 세 번 끓이다 보면 뼈 사이 연골이 다 녹고, 사골 안 본 매로우도 젓가락으로 빼낼 수 있다. 3회 추출한 육수를 합치면 약 1.38리터다.
육수를 냉장 보관하면 다음 날 완전히 젤리 형태로 굳어있다. 이 상태가 됐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돈코츠 육수다. 냄비에 넣고 끓이면 다시 액체로 풀린다. 이 점도가 그릇에 담았을 때 두꺼운 국물감을 만든다.
원형 차슈 만드는 방법
차슈를 처음 만들 때는 그냥 덩어리째 조렸다. 나중에 잘라보니 단면이 고르지 않아서 두꺼운 부분은 간이 덜 배고 얇은 부분은 너무 짰다. 원형으로 말아서 조리면 단면이 균일해지고 간도 고르게 배어든다.
삼겹살에서 오도독뼈를 먼저 제거한다. 손으로 눌러보면서 뼈가 느껴지는 부분을 칼로 도려낸다.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그래야 돌돌 말았을 때 원통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 말고 남은 자투리 고기는 버리지 않고 함께 조린다.
요리용 실로 고기를 단단하게 묶는다. 매듭 방법은 간단하다. 실을 세 번 감아서 세게 당기면 손을 놓아도 고정된다. 이 위에 한 번 묶으면 끝이다. 실타래를 계속 풀면서 5cm 간격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단단한 원통 차슈가 완성된다.
양념 국물은 간장, 미림, 청주, 황설탕, 물을 합쳐서 만든다. 대파, 양파, 마늘, 생강을 함께 넣고 끓이다가 차슈를 투입한다. 거품은 수시로 제거하고, 고기가 떠오르지 않도록 확인하면서 최소 3시간, 가능하면 4~5시간을 조린다. 조리고 남은 국물은 맛간장으로 쓰면 된다.
완성된 차슈는 바로 자르지 않는다. 끓인 직후에는 너무 부드러워서 자르면 으스러진다. 냉장고에서 완전히 식힌 다음에 잘라야 단면이 깔끔하게 나온다.
반숙 계란과 카에시 만드는 방법
계란은 끓는 물에 6분 30초만 삶는다. 꺼내서 바로 얼음물에 넣으면 반숙 상태로 굳는다. 껍질을 깐 계란을 지퍼락에 넣고 차슈 조림 국물을 부어 냉장고에 하룻밤 둔다. 다음날 꺼내면 겉면에 간장색이 배어든 맛간장 계란이 완성된다.
카에시는 라멘 국물의 간을 잡는 양념장이다. 간장에 청주, 미림, 소금, 으깬 마늘을 넣고 소금이 녹을 정도만 가볍게 끓이면 된다. 짜게 만드는 게 맞다. 육수 10에 카에시 1 비율로 섞기 때문에 카에시 자체가 짜야 전체 간이 맞는다. 저울이 없으면 같은 국자로 육수 10번, 카에시 1번 퍼내는 방법으로 비율을 맞출 수 있다.
전체 실행 순서
- 돼지 뼈 4kg를 차가운 물에 1시간 담가 핏물을 뺀다. 잘 씻은 뒤 곰솥에 물 5리터와 함께 넣고 센 불로 끓인다.
- 30분 후 거품을 걷어낸다. 육수가 1/4 수준으로 졸 때까지 센 불을 유지한다. 약 2시간 소요. 체로 걸러 1차 육수를 확보한다.
- 같은 뼈로 2차, 3차 추출을 반복한다. 2차 1시간 30분, 3차 1시간. 세 번 추출한 육수를 합쳐 냉장 보관한다.
- 차슈용 삼겹살에서 뼈를 제거하고 평평하게 다듬어 원통으로 말아 실로 묶는다. 양념 국물에 넣고 4~5시간 조린다. 완성 후 냉장고에서 완전히 식힌다.
- 계란을 6분 30초 삶아 얼음물에 식힌 뒤 차슈 국물에 담가 냉장 보관한다.
- 카에시를 만든다. 간장, 청주, 미림, 소금, 마늘을 넣고 소금이 녹을 정도만 끓인다.
- 다음날 굳은 육수를 냄비에 넣고 끓인다. 육수 10 : 카에시 1 비율로 섞어 간을 맞춘다.
- 라멘 면을 끓는 물에 1분 30초 삶아 탈탈 털어 그릇에 담는다. 육수를 붓고 차슈, 계란, 대파, 목이버섯, 멘마, 적초생강, 참깨를 올린다.
조리 과정 참고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했다.
마무리
7시간을 끓여서 4인분도 안 나오는 육수다. 만들기 전에 이 수율을 알았다면 시작은 커녕 그냥 사먹었을거다. 그런데 냉장 보관했다가 다음 날 꺼냈을 때 젤리처럼 굳어있는 걸 보고 육수를 끓여서 카에시와 섞었을 때 나오는 국물을 먹고서는 감탄했다. 진짜 엄청,
가장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는 센 불 유지와 3회 추출이다. 약불로 끓이면 뽀얀 색이 안 나오고, 한 번만 끓이면 점도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지켜져야 그릇에 담았을 때 두꺼운 국물이 나온다. 카에시 비율은 10:1을 지켜야 한다. 처음에 카에시를 많이 넣으면 짜서 수정이 어렵다.
차슈는 냉장고에서 완전히 식힌 다음 잘라야 단면이 살아난다. 남은 차슈는 오븐에 살짝 구워서 쌈을 싸 먹거나 라면 고명으로 활용해도 잘 어울린다. 이틀에 걸쳐 준비하는 요리지만, 각 단계 자체가 어렵지 않다. 정말 결과물은 라멘집에서 먹는 만큼 훌륭하다. 근데 솔직히 이렇게 고생해서 먹는 것보다 그냥 사먹는게 훨씬 나은 것 같다. 솔직히... 진짜 만들어 먹는건 비추. 대기업 조리 식품의 도움을 받거나 잘 만드는 집에 단골이 되어보자. 그게 정말 덜 고생하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