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사키 짬뽕을 처음 먹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엄마 회사에 놀러갔다가 근처 아이파크에 나가사키 짬뽕을 하는 집 이있었는데 진짜 그 집이 맛집이여서 당시에 사람이 꽤 많았었던 기억이 난다. 거기서 엄마가 처음 시켜준 음식이 나가사키 짬뽕이였는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엄마 회사에 갈 때면 항상 거기서 그걸 먹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 음식점이였는데 아이파크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사라져버려서 이제는 그 맛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상호도 기억 안나고 매장 분위기와 맛만 기억나는데 그 집이 없어지고 나서는 한동안 나가사키 짬뽕을 먹지 못했었다. 지금이였다면 레시피라도 물어봤을텐데... 그래서 비슷하게라도 먹고싶어서 직접 만들었을 때는 더 절망했다. 나가사키 짬뽕 특유의 진하고 살짝 매콤한 국물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 맛을 재연할 수 는 없지만 비슷하게라도 레시피를 완성하긴 했다.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시작된 요리로, 한국 짬뽕보다 국물이 순하고 진하다. 해산물과 돼지고기, 다양한 채소를 볶아서 국물을 내는 방식인데, 재료를 한꺼번에 넣지 않고 단계적으로 볶는 것이 핵심이다. 식당 창업 컨설팅을 하는 분에게 배운 방식으로, 전문점 수준의 국물 맛을 집에서도 낼 수 있다. 이 글은 재료 손질부터 볶는 순서, 육수 구성까지 처음 만드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 이 글에서 해결되는 것: 해산물을 먼저 볶아 따로 담는 이유와 타이밍
- 월남 건고추로 나가사키 특유의 매콤함 내는 방법
- 숙주와 청경채를 마지막에 넣어야 하는 이유
재료 (2인분 기준)
고기·해산물: 돼지고기(목살 또는 삼겹살) 200g 얇게 채 썰기, 물오징어 반 개(다리 포함) 먹기 좋게 자르기
채소: 양배추 100g 얇게 채 썰기, 숙주 100g, 청경채 50g, 당근 얇게 채 썰기, 새송이버섯(또는 표고버섯) 십자로 갈라서 준비, 목이버섯 적당량
향신료·양념: 월남 건고추 적당량, 팔각 1작은술, 맛술, 후추, 식용유 넉넉히
육수: 짬뽕 엑기스 50ml, 사골 분말 1작은술, 물 100ml(팔팔 끓인 뒤 추가), 우동면 1개
새송이버섯은 표고버섯으로 대체 가능하다. 오징어는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고 빠르게 볶는 것이 중요하다. 청경채와 숙주는 가장 마지막에 넣어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해산물을 먼저 볶고 따로 담아야 하는 이유
처음 실패의 원인이 여기 있었다. 오징어를 다른 재료와 함께 처음부터 넣고 볶았더니 익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겨졌다. 오징어는 빨리 익고 빨리 질겨진다.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서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빠르게 볶는다. 이때 맛술과 후추를 뿌리면서 비린 맛을 잡는다. 겉면에 색이 살짝 나면 바로 꺼내서 접시에 따로 담아둔다.
고기와 해산물을 따로 담아두는 이유는 나중에 채소를 볶고 국물을 낸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합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오징어가 필요 이상으로 익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전문점에서도 같은 방식을 쓴다.
해산물을 꺼낸 팬에 파를 넣어 파기름을 낸다. 이 파기름이 이후 채소와 국물 전체의 향을 잡는 기반이 된다. 파기름이 올라오면 당근, 양배추, 새송이버섯, 목이버섯을 넣고 빠르게 볶는다.
나가사키 짬뽕 특유의 매콤함을 내는 재료
한국 짬뽕과 나가사키 짬뽕의 맛 차이는 매운맛의 성격에서 나온다. 한국 짬뽕은 고춧가루의 강한 매운맛이 중심인데, 나가사키 짬뽕은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함이 특징이다. 이 맛을 내는 재료가 월남 건고추다.
채소를 볶는 단계에서 월남 건고추를 함께 넣고 볶는다. 기름에 볶으면서 고추 특유의 향과 매콤함이 배어나온다. 고춧가루처럼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깔리는 맛이 나가사키 짬뽕의 방향이다. 팔각도 1작은술 넣으면 특유의 향이 더해진다.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물 전체를 복잡하고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월남 건고추는 아시안 마트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매운 정도는 한국 청양고추보다 약하고 향이 더 강한 편이다. 없으면 건홍고추로 대체할 수 있지만 향의 차이가 있다.
국물 구성과 육수 비율
두 번째 실패는 국물이 밍밍하게 나온 것이었다. 물만 붓고 끓였더니 채소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국물이 더 묽어졌다. 나가사키 짬뽕 국물의 깊이는 짬뽕 엑기스와 사골 분말에서 나온다.
채소를 충분히 볶은 다음 짬뽕 엑기스 50ml를 넣는다. 사골 분말 1작은술을 추가하면 국물에 두께감이 생긴다. 팔팔 끓인 물 100ml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미리 해동해둔 우동면을 넣고 바로 숙주 한 줌을 추가한다. 마지막으로 청경채를 넣는다.
숙주와 청경채는 오래 끓이면 안 된다. 넣고 나서 부글부글 한 번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끈다. 이 타이밍을 지켜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여기서 따로 담아뒀던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다시 넣고 살짝 섞어 마무리한다.
전체 실행 순서
- 돼지고기 200g을 얇게 채 썬다. 오징어 반 개와 다리를 먹기 좋게 자른다. 양배추 100g, 당근, 새송이버섯을 채 썰고, 목이버섯을 준비한다. 숙주 100g과 청경채 50g은 따로 둔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서 돼지고기와 오징어를 빠르게 볶는다. 맛술과 후추를 뿌리고 겉면에 색이 나면 바로 접시에 따로 담는다.
- 같은 팬에 파를 넣어 파기름을 낸다. 당근, 양배추, 새송이버섯, 목이버섯, 월남 건고추, 팔각 1작은술을 넣고 빠르게 볶는다.
- 짬뽕 엑기스 50ml와 사골 분말 1작은술을 넣는다. 팔팔 끓인 물 100ml를 붓는다.
- 해동한 우동면을 넣고 바로 숙주 한 줌과 청경채를 추가한다. 한 번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 따로 담아뒀던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넣고 가볍게 섞어 완성한다.
조리 과정 참고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했다.
마무리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 짬뽕과 재료가 비슷해 보이지만 볶는 순서와 국물 구성이 다르다. 해산물을 먼저 볶고 따로 빼두는 것, 월남 건고추로 은은한 매콤함을 내는 것, 숙주와 청경채를 마지막에 넣고 한 번만 끓이는 것. 이 세 가지가 이 요리에서 지켜야 하는 핵심이다. 짬뽕 엑기스는 온라인이나 대형 마트에서 구할 수 있고, 사골 분말과 함께 쓰면 국물 깊이가 달라진다. 월남 건고추는 처음 쓰는 재료일 수 있지만 한 번 써보면 이 맛이 나가사키 짬뽕을 한국 짬뽕과 다르게 만드는 지점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집에서 만들어봤을 때 한국 짬뽕과는 다른 방향의 국물 맛이 나온다면 제대로 된 것이다. 그치만 내가 좋아하던 그 식당 맛은 아니라는거ㅠㅠㅠㅠ 진짜 과거로 돌아가서 레시피를 묻고싶은 마음이 한가득인데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에 눈물이 흐른다...
사장님ㅠㅠㅠ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레시피 제발...
아니면 가게 다시 열어주시면 단골 하겠습니다ㅠㅠ
너무너무 속상한 오늘의 레시피... 끝..........